07/06/2024
안녕하세요. 손수레농장입니다.
손수레가 밀고 당기며 걸어온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합니다.
대학생 시절, 학교 내 작은 텃밭을 만들어놓고 텃밭이라고 우기며 시작했던 20살의 도전이 중년이 향할 때 수레를 놓게 되었습니다.
지난 걸어 온 시간과 지나오며 함께 밀고 당겨준 인연들이 참 소중했습니다.
그럼에도 멈춰야 할 상황과 사정으로 헛바퀴 돌거나 후진하는 상황에 차라리 내려놓음이 맞다 판단되어 멈추게 되었습니다.
멋진 손수레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수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뒤돌아보니 끌고 오던 수레는 그저 수레였을 뿐, 걸어온 길이 중요했고 밀어준 사람들이 중요했습니다.
그저 겉치레로 가꾸려는 수레에 집중한 탓, 제 탓에 이 수레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손수레를 폐업을 준비하며 밉고 증오만 기억이 깊게 남아 생각났습니다. 증오와 복수할 생각밖에 안났습니다. 그런데 먼저 앞서가신 선배님이 뒤를 돌아보며 다시 산다면 ‘말랑말랑’하게 살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레가 길을 가다 진흙 밭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흔적은 깊게 파인 것처럼 아픔의 기억은 깊게 파헤쳐져있지만 그 또한 지나간 길이었고 또 다시 장애물을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했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폐업 완료하기까지 감사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게 감사인사를 모두 전하진 못하겠지만 마음에 담아 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수레는 내려놓지만 사람은 그대로입니다. 수레는 마침표를, 사람은 쉼표를 찍고
다음 삶의 문장도 이어가니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 손수레농장, 백종운 올림 -
(허락 없이 손수레 첫 동지들의 사진으로 공유해서 죄송합니다. 저희 첫 동지이자 가장 큰 보물이었습니다. 덕분에 해왔고 덕분에 재밌었습니다. 가장 고맙습니다)